내가 몸으로 경험한 가장 큰 폭락장이었던 코로나 대폭락기. 그 이후로 만나는 가장 강력한 조정장을 거의 2개월째 이겨내는 중이다. 그 시간 동안 나도 강해진 걸까? 완전히 마음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심적으로 편한 편이고, 미래에 대한 큰 불안감도 가지고 있지 않다. 코로나 대폭락기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운용 중에 있지만 오히려 이상하게 나는 더욱 안정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나의 투자 스타일
주식투자에는 정말 다양한 투자 스타일이 있다. 크게는 장투와 단타로 나눌 수 있고, 분산투자와 집중투자로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개별주 위주의 투자와 ETF 위주의 투자 등등, 1000명의 투자자가 있다고 하면 그들의 투자 스타일과 전략도 1000개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개개인에게 딱 맞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특정 투자 스타일을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어떤 투자법이 다른 방식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혹여나 '투자는 반드시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일단 거르고 보자..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자꾸만 정답이라는 말을 꺼내는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투자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한 종목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기업의 성장성과 펀더멘털이 문제없다는 가정하에 최소 5년~10년을 가져가보려고 하는 장기투자 성향이 짙다. 물론 내가 처음에 세웠던 기준을 더 이상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1~2년 만에 떠나보낸 기업들도 여럿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나는 분산투자인 ETF 종목에 강하게 투자하는 편이다. 사실 지추 주종 ETF 투자만큼 마음 편하면서 안정적으로 상방을 바라볼 수 있는 투자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매매의 경우, 기업 자체에 문제가 생겼거나 특정 종목을 떠나보낼 때, 또는 현금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도하지 않는 편이며 매수는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돈이 생길 때마다, 그리고 이왕이면 주가가 하락할 때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조정이가 오면 과감하게 남아있는 돈을 더 쏟아붓고있다. 사실 한주라도 최대한 싼 가격에 매수를 하는 것이 맞으나, '어차피 나중에 가면 별 차이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적당한 가격에 바로 산다.
너무 머리 아프고 까다롭게 사는 걸 싫어하는 내 성격이 잘 반영되어 있다. 때로는 그냥 시장가에 원하는 수량을 바로 매수하고 어플을 꺼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신이 아니기에, 절대로 저점을 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몇 달러의 가격 차이는 훗날 돌이켜볼 때 '점'에 불과할 정도가 되어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 이유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국내주식 투자자는 트레이딩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경우가 많고, 해외주식 투자자는 장기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나는 이젠 전혀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다. 주식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국내주식에서 스윙도 해보고, 하루 안에 끝내는 단타, 분단위의 초단타도 했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트레이딩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주식은 밤에 자야 하기 때문에 장 중 거의 70% 이상의 시간 동안 대응을 할 수 없고, 양도세의 문제도 생긴다. 그리고 단기적인 주가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주식은 주식대로 일하게 만들고, 나는 내 본업에 집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식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이게바로 투잡아닐까.
또 99번 잘 했어도 1번의 실수로 그간 이뤄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매매와 포지션 변화의 빈도를 엄청나게 많이 가져가는 트레이딩은 내게 최대 기대수익률이 크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높은'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은 트레이딩을 전혀 안 한다. 일단 한번 주식을 사면 웬만해선 팔지 않는다. 매수만 있고 매도는 거의 없다. 누가보면 무한매수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게 제일 편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을 통해 나는 그동안 꽤 괜찮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그 방식을 통해 오랜 시간 살아남으며 성과를 내면 된다. 그것이 남과 다를지라도 말이다.
투자에 정답은 없다
그런데 투자를 하다 보면 종종 어떤 사실이나 전략, 자신의 생각에 대해 '너무나 확신에 차있는' 사람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특정 기업이 되었던, 경제지표가 되었던 너무나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가스라이팅 수준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 강요시킨다.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듯, 나는 투자 세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실을 보고도 저마다의 판단과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어떤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일 것이다.
수많은 이성과 비이성이 모여 매일같이 주가의 변동성을 만들어내는 주식시장. 그런 곳에서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는가? 절대 투자에 있어 정답은 있을 수 없고, 그 어떤 생각이라도 자신만의 근거가 있다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메인 스트림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리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은 그런 생각들도 어느정도 존중해주고, 나와 다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을 하자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수많은 경험과 복기, 그리고 많은 고민의 과정을 통해 점점 성장해 나가야한다. 하지만 '내 생각이 정답이다'라는 생각은 그런 성장을 막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나는 시간과의 싸움을 한다
요즘 점점 인간지표가 늘어나는 거 같다. 다행히 내 주변에 내가 어떠한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나에게 떠들어대지 않으니, 악플이 거의 없는 편이고, 주식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 죄다 악플에 비아냥, 그리고 한탄하는 사람들밖에 없는걸보고 그러려니 생각한다.
보통 인간지표는 강력한 저점의 증거로 작용한다.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경험을 토대로 볼 때 거의 그래왔다. 물론 미래는 모른다. 반등은커녕 과거 18~19년도의 조정처럼 지금의 하락장이 거의 1년이 넘는 시간까지 길어질 수도 있고, 데드 캣 바운스를 끝으로 또 한 번의 하락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간 지표를 보며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갖는다.
지난 2개월 동안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참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기업의 주가는,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미국증시는 아무리 힘든 시간을 거치더라도 결국은 다시 위로 오르게 향한다는 것을 안다면. 또한 '현금'의 가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각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면 그다음부턴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다. 그 싸움에서 과연 이길지는, 그리고 이기면 얼마나 크게 이길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이왕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한 거, 지치지 말고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한번 이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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